영원한 것 3
내가 이곳에서 즐거워하는 만큼, 당신도 잘 지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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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비행기 시드니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차례대로 하차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승무원은 굽 있는 구두를 신고 바른 자세와 환한 웃음으로 승객들을 안내했다. 대부분은 장시간의 여행에 지쳐 무표정이었지만, 몇 명은 미소로 화답해주기도 했다. 그 사실에 별 유감은 없었다. 자신의 업무는 승객들을 무사히 하차시킨 뒤 자리를 정돈하는 것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결국 그도 사람인지라, 활짝 웃어준 승객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승무원이 약속이라도 한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분홍색과 밝은 푸른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여성은 비행기에 탑승할 때부터 웃고 있었고, 기내식을 가져다준 승무원에게 만족감을 느끼게 만들었으며, 비행 내내 즐겁다는 듯한 태도로 주변의 모두에게 웃음을 주었다. 손님. 괜찮으시다면 받아주세요. 쿠키 세트입니다. 그들은 이미 상사와 다른 승객들의 눈을 피해 여성에게 작은 선물 하나를 쥐여준 채였다.
"시드니에서 즐거운 여행 되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가세요."
여성은 끝까지 손을 흔들고는 출구로 내려갔다. 직원끼리의 담소가 허락된 상황이 오자마자 여기저기서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진짜 귀엽다. 당직 근무 오늘로 하길 잘했어... 한 직원이 중얼거리자 다른 직원이 동의했다. 그러게. 웃는 거 보는데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더라. 평소에는 피곤한 업무도 이야깃거리가 생기니 한결 힘이 났다. 직원들은 그 사랑스러운 여성에 대해 한껏 떠들었으며, 아무도 그가 사람이 아닌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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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다. 이제 여기서 3번 출구로 나가서... 에어포트 셔틀을 기다리면 돼. 헉, 5분 뒤에 오네? 서둘러야겠다!"
밀리는 보통 사람들처럼 지도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볼 필요가 없었다. 시드니 국제공항의 구조, 에어포트 셔틀의 운행 시간표, 묵기로 한 호텔 근처의 교통 상황까지 모두 머릿속에서 '검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걸어다니는 컴퓨터나 마찬가지지. 스스로의 비인간성에 뿌듯함을 느낀 밀리는 걸음을 재촉했다. 처음으로, 그것도 주인과 동행하지 않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모든 것이 놀랍도록 익숙했다. 어쩌면 머릿속에서 수백번 시뮬레이션한 상황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시드니 하버 스위트로 가는 셔틀 맞죠?"
언어의 장벽도 문제없었다. 밀리는 현지인처럼 자연스러운 영어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역시 모든 것이 놀랍도록 순조로웠고, 그래서 밀리는 호텔로 향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설지를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 계속 올라가 있었던 입꼬리가 옅은 호선만을 그렸고, 눈을 내리깐 채 가슴께를 문질렀다. 이게 그리움인가? 아직 잘 모르겠어. 반나절 정도밖에 안 지났으니까.
조금 넋을 빼놓은 채로도 여전히 순조로웠다. 밀리는 어느새 호텔 입구로 들어가 체크인을 마쳤고, 능숙하게 짐을 푼 다음에는 의자에 걸터앉아 작은 가방을 꺼냈다. 사 준 사람도 존재를 모르는 작은 노트와 펜이 그 안에서 나왔다. 맨 앞장을 펼치고, 현재 날짜와 시간을 적은 뒤 잠시 머뭇거렸다. 일기를 써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검색 결과로 나온 상용구 중에서 적절한 게 없네. 아, 이거 괜찮겠다..."
마음을 정한 펜 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볍게 몇 문장을 적은 뒤에는 덮고, 겉옷을 챙겨 외출할 준비를 했다. 많은 것을 채워넣으려면 그만큼의 것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