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 9

2024. 11. 15. 17:16


변덕스러워서 사랑스러워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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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에요! 오늘은 릴리아 씨와 함께 본다이 비치에 놀러가기로 한 날이에요. 네. 제가 오해했던 그분이에요. 너무 다정하고 좋은 분이어서, 섣불리 그런 생각을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어요. 그렇지만!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하긴 해요. 설지도 상상해 봐요! 당신이 누군가와 금세 친해졌는데, 그의 애인이 늦은 밤중에 당신을 불러내는 거예요. 긴장되지 않겠어요? 내 상상력이 너무 과한 거라고는 말하지 말아줘요...! 

"밀리~! 이쪽이에요. 길 찾기 힘들었죠. 오늘은 잘 부탁해요!"

클라라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얼굴 전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니, 어쩌면 그가 태양신의 둘째 딸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그 옆의 릴리아는 이르게 찾아온 새벽의 여신처럼 웃고 있어서, 밀리는 괜히 자신의 옷차림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 많이 돌아다닐 거래서 편하게 입고 왔는데, 조금 더 신경쓸 걸 그랬나?

"저는 길 찾기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걸요. 저야말로 감사해요! 혼자서 하는 여행이 살짝 심심하던 차였거든요."

태양신의 둘째 딸은 견딜 수 없다는 듯 손뼉을 짝, 하고 쳤다. 모든 일이 자신의 바람대로 돌아가는 자 특유의 만족스러움이었다. 사실 쭉 생각했거든요. 밀리에게 우리 릴리아를 소개시켜 주면 어떨까 하고. 하지만 부담스러울까 봐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런데 둘이 연락을 주고받았을 줄이야~ 정확히는 릴리아가 클라라의 휴대폰을 멋대로 열어 연락처를 가져간 것이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굴었다. 이미 자신에게 헌신적인 주인을 경험한 바 있는 밀리 또한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서 무사히 바닷가 여행을 즐겼냐고요? 아, 그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전 '모든 일은 예측 가능하지 않아서 즐거운 법' 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이건 아무래도 너무해요. 여태까지 그 누구도 - 물론 설지를 빼고 - 날 이렇게 동요하게 한 적 없는데 말이죠. 릴리아는 정말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라니까요?

"나는 이제 출근해야 해서 그만 가볼게요. 즐거운 하루 보내요! 릴리, 필요한 게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

새벽의 여신은 웃는 얼굴 그대로 팔을 벌렸다. 반색한 클라라가 쏙 들어가 끌어안고 나올 때까지, 밀리는 최선을 다해 하얀 비둘기를 찾고 있었다. 제법 애틋한 배웅이 끝나면 릴리아는 밀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릴리아? 그가 의아한 목소리로 불러도 멈추지 않았다. 릴리아가 가녀린 팔을 덤불 속으로 쑥 넣더니, 커다란 캐리어를 꺼내는 장면을 본 눈동자가 휘둥그레해졌다.

"그...그건 뭔가요? 하루 노는 데 그렇게 많은 짐이 필요하지는..."

"물론 오늘만을 위해 준비한 건 아니에요. 일주일 정도 밖에서 있을 생각으로 꾸린 짐이니까."

가출하시게요?! 혹여나 바람을 타고 말이 흘러갈까 입을 틀어막았다. 릴리아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고는 답했다. 밀리와 나를 바꿔치기 하려고요. 마치 오늘의 점심 메뉴를 정하듯이, 식후에 먹을 아이스크림의 맛을 정하듯이. 이제 밀리는 릴리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셈이었다. 그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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