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밀] 영원한 것

그래도 계속 내 곁에 있어주면 안 되었던 걸까? ...밀리는 설지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했다. 입력된 정보를 파악합니다. 홍채 카메라 작동 중. 등록된 사용자를 확인했습니다. 뻣뻣하게 말하던 안드로이드를 바라보던 설지는 일말의 기대도 떨어졌다는 듯 자리를 떴고, 아직 이름이 없던 그는 리부팅이 끝나고 나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다시 주인님이 생겼...는데, 자리에 안 계시네."설마 벌써 나한테 질리신 건가? 어떡해. 안 돼! 반품을 두 번 당하고 싶지는 않아..."지금까지 이룩해 온 기술의 발전 중 단연코 훌륭한 것은 AI를 탑재한 안드로이드였다. 끊임없는 딥러닝과 피드백으로 인해 진짜 사람처럼 생각하게 된 AI와 접합부를 덮는 피부를 입힌 안드로이드. 이 둘을 합치니 육안으로는 구별할 수 없..

하지만 너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바랐어. ..."설지. 이제 슬슬 일어나야죠! 휴일이라고 해서 잠만 자면 되겠어요?"30평 남짓의 아파트 거실에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1365가지 음성 중 594번째 파일. 밀리는 처음 구매되었을 때부터 이 파일이 탑재되어 있었으며 설지는 그걸 바꾼 적이 없었다. 옛날이든 지금이든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그럴 만큼의 관심이 없었고, 지금은... "하암... 일어났어, 지금 눈 떴어. 어제 늦게까지 처리할 서류가 있어서... 몇 시야?" 현재 시각은 오전 11시 30분이에요. 씻고 점심을 먹으면 딱 좋을 시간이죠! 밀리는 가벼운 프릴이 달린 앞치마를 입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