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밀] 영원한 것

영원한 것 13

김다고다 2024. 11. 19. 11:55

 

서로가 없어도 그럭저럭 괜찮을 수 있을까? 
.

.

.

한편, 그리움을 한 몸에 받는 밀리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그 역시 속 없이 즐겁기만 한 건 아니었다. 릴리아는 근처 식당을 알아보던 밀리를 끌고 광장으로 가더니, 목적지도 말해주지 않고 어떤 버스에 태웠다. 어딜 가는 건데요? 캐리어는 그대로 둬도 괜찮아요? 질문을 연발하는 밀리에게는 '전부 알면 재미없잖아요?' 라는 말로 일관했다. 그래서 지금은 반쯤 포기한 채로 창밖의 경치를 즐기는 중이었다. 서프라이즈를 위해 검색도 금지당한 상태 - 밀리는 이런 부분에서 과하게 성실했다 - 였지만, 여전히 릴리아가 밉지는 않았다.

"아, 다음 역에서 내려야겠다. 걸어서 5분 정도면 도착해요. 밀리도 분명 좋아할 곳이니까 너무 토라져 있지 말아요. 나 정도면 좋은 가이드잖아요?"

"세상 어떤 가이드가 목적지도 안 말해주나요? 토라졌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에요. 릴리아가 자유분방한 사람인 걸 다시 한 번 느꼈지만요."

어쩔 수 없어요. 그렇게 만들어졌는걸. 릴리아는 짧게 웃고는 손가락으로 목적지를 알려주었다. 그리는 호선을 따라 시선을 돌린 밀리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분명 걸어오는 동안 민가만 드문드문 있길래, 숨겨진 식당이라도 찾으러 가는 건가 싶었는데. 이곳은 숨겨진 식당이라기보다는 별천지였다. 검색할 필요도 없이 정보 하나가 도출되었다. 붉은 벽돌 사이로 조화롭게 자란 식물들과 함께 더 그라운드 오브 알렉산드리아에서 근사한 시간을 보내세요.  

"...! 그렇구나. 여길 데려오려고 했던 거였군요! 진작에 - "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맞죠? 그 말을 들어보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예전에는 종종 클라라에게 이런 서프라이즈를 해 주곤 했거든."

그립네. 덧붙여진 짧은 한마디에는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릴리아는 다시 표정을 바꾸어 밀리를 여기저기로 끌고 갔고, 밀리는 마법사들의 정원처럼 꾸며진 입구와 돌 틈 사이를 파고든 담쟁이덩굴과 근사한 샹들리에를 급하게 눈에 담았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메뉴판을 봤고, 이곳이 식당이라는 걸 알았다.

"뭘 먹을까요? 장소는 내 맘대로 골랐으니, 메뉴 선택권은 밀리에게 줄게요."

"굳이 그러시진 않으셔도 되는데...! 저도 여기가 마음에 드니까... ...아, 하지만 샐러드 볼이 먹어보고 싶어요. 베이컨 들어간 샌드위치랑 블루베이 파이도요. 커피도 시켜도 괜찮죠?"

기다렸다는 듯 주문까지 마치는 밀리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이 애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문득 그는 밀리를 여기까지 보내준 주인이 궁금해졌다. 얼마나 바다같은 마음씨를 가졌길래 이런 애를 순순히 보냈지? 최소한 클라라보다는 넓을 것 같은데. 궁금해진 릴리아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리 마음을 먹으면 대부분 실현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