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밀] 영원한 것

영원한 것 7

김다고다 2024. 11. 13. 10:59

 

어떻게 우리가 영원히 함께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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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컨대, 밀리는 시드니에서 한 번도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이곳의 거리는 관광객에게 친절했고, 사람들은 안드로이드에게 관대했다. 그 또한 지나치게 낯을 가리거나 수줍어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따라서 밀리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너무 자유로웠던 대가를 한 번에 몰아서 받는 걸까? 그렇게 생각했다. 눈 앞에는 아름다운 은발의 안드로이드가 앉아서 웃고 있었다. 잘 손질된 몸체, 단아하지만 신경쓴 게 느껴지는 옷차림. 누군가의 사랑으로 이뤄진 결과물이었다. 

 

"반가워요, 밀리. 늦은 시간에 갑자기 불러냈는데 응해줘서 고마워요."

 

"천만에요. 저야말로 늦은 시간에 전화드렸는걸요."

 

사람과 닮게 설계된 안드로이드라고 해서 땀이 나는 일은 없었다. 몸체의 온도 조절은 냉각수가 있고, 그걸 모공으로 내보내는 건 감전의 위험이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지금은 손 안이 축축한 기분이 들었다. 괜찮아. 잘 넘길 수 있어. 다들 항상 내 화술을 칭찬하곤 했잖아. 밀리는 눈을 길게 감았다 뜨고 미소지었다. 설지가 곁에 없는 상태로 마주한 첫 번째 고난이었다. 

 

"그럼...어디서부터 이야기할까요? 클라라와 열차에서 처음 만나셨다고요."

 

그는 자신의 이름을 릴리아라고 소개했다. 말투는 나긋했으며 친절했지만 어딘가 쓸쓸한 기색이 느껴졌다. 연극에서 이런 특징을 가진 인물들은 꼭, 배우자의 외도로 가슴앓이하는 정숙한 부인으로 나오곤 했다. 밀리는 자신이 그 배우자를 꼬여낸 되바라진 청년 역할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네.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여행지에서 곤란해하는 저를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친절하신 분이라고 생각했을 뿐인걸요."

 

밀리는 혐의를 벗기 위해 애썼다. 그래요? 그 이상 호감을 가지지는 않고요? 애쓴 것이 무색하게도 질문이 푹, 하고 날아와 합금으로 된 심장에 꽂혔다. 정말 아니에요. 그럴 만큼 오래 만나지도 않았고요. 그러니 부디 의심은 거둬주셨으면... 손사래를 치던 것이 릴리아의 한 마디에 딱 멈췄다. 

 

"그래요? 아쉽네요. 당신이라면 클라라의 새로운 동반자가 되어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장치를 다시 시작합니다. 밀리의 양쪽 눈동자에 작게 로딩 표시가 떠올랐다. 그걸 본 릴리아는 작게 웃고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모두가 자신이 발언에 의문을 가졌고, 대부분이 자신을 비난하곤 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그런 게 아니야. 라고 변명하지 않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라곤 없으니까. 그는 클라라에게도 직접 여러 번 말하곤 했다.